고금리, 인구 정체, 전쟁, 탈세계화. 부동산 시장은 다시 한 번 거대한 재편의 시기를 맞고 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서 거품이 터지고, 어디에서 새로운 기회가 움트고 있는지 냉정히 따져봐야 할 시점에 서 있다.
거품이 꺼지고 있는 나라들: 끝나가는 황금기와 현실의 충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금리 환경과 풍부한 유동성은 전례 없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만들어냈다. 특히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주택 가격이 단기간에 30%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기준금리, 민간 금융기관 중심의 주택담보대출 구조, 그리고 코로나19 이후의 저금리 완화책이다. 하지만 2022년부터 시작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은 전 세계적으로 금융 환경을 단숨에 뒤바꿨다.
기준금리 인상 → 시장금리 상승 → 대출 금리 상승 → 주택 수요 위축 → 가격 하락이라는 전형적인 디레버리징 구조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캐나다다. 토론토, 밴쿠버와 같은 대도시의 주택 가격은 2020년~2022년 사이 약 40% 가까이 상승했으나, 2023년부터 본격적인 조정을 겪고 있다.
특히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캐나다의 주택대출 구조는, 금리 상승기에는 직접적인 가계부담 증가로 이어져 급격한 매물 출현과 거래 절벽을 만들어냈다. 2024년 중반 기준, 일부 지역은 고점 대비 20% 이상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도 심각한 수준이다. 스웨덴은 주택 구매 시 대부분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는 구조이며, 여기에 가족 단위로 빚을 내어 자산을 불리는 문화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2023년부터 물가 안정과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4% 이상까지 끌어올리자, 수도 스톡홀름을 포함한 주요 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떨어졌고, 대출상환 압박으로 인해 금융권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뉴질랜드와 호주 역시 마찬가지다.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 확산, 도시 외곽 수요 급증, 유학생 귀환 등의 특수 요인이 겹쳐 가격이 급등했지만, 지금은 거품이 빠지는 조정기에 진입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규제 강화, 자국민 우선정책 등의 변화로 인해 고급 주택 매수 수요가 급감한 상태다.
이외에도 한국, 독일, 중국 일부 도시 등도 높은 부동산 가격에 대한 피로감과 금리 부담,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거품 경고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서울은 고점 대비 일부 지역에서 20% 이상 조정이 있었으며, 베를린이나 프랑크푸르트도 상승세가 멈췄다. 즉, 지금 세계 부동산 시장에서 무너질 가능성이 높은 국가는 대체로 아래와 같은 공통점이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기에 진입했거나 유지 중인 국가 고가주택 비중이 높고 투자수요가 유입되었던 지역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아 환율과 자본 흐름에 민감한 시장 인구 구조가 노령화되고 내수 수요가 둔화되는 국가 거품의 끝은 단순한 가격 하락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 소비 심리, 세대 간 자산 격차까지 복합적인 영향을 남긴다.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도시들: 시스템과 구조가 만든 안정성
거품이 꺼지는 곳이 있는가 하면, 고금리 속에서도 가격 하락 없이 견고함을 유지하는 도시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단순한 가격 상승·하락이 아닌, 해당 지역의 정책, 금융 시스템, 수요 구조, 공급 여건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의 도쿄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30년 가까이 하락세를 이어왔으나, 최근 10년간 도쿄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서서히 회복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기준금리를 0%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으며, 대출규제도 엄격하고, 거주용 주택 중심의 시장 구조를 지키고 있다. 즉, 과열보다는 서서히 오르는 균형 시장에 가깝다. 싱가포르는 정부의 강력한 시장개입이 특징이다.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 외국인 취득세 강화, 공급 조절 등의 수단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일정 수준에서 조정하고 있다. 금리가 올랐지만, 자국 통화 안정성과 대출 규제가 이미 촘촘히 설계되어 있어 버블이 심각하게 형성되기 어려운 구조다.
미국의 일부 도시도 주목할 만하다.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주요 도시에서는 가격 조정이 있었지만, 텍사스,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등은 인구 유입과 산업 성장에 힘입어 가격 하락 없이 버티고 있다. 즉, 인구와 일자리가 함께 움직이는 도시에서는 가격이 오히려 더 탄탄하게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아래와 같다. 실수요 기반의 시장 구조 정부의 강력한 규제 및 개입 시스템 인구 유입과 고용 증가가 계속되는 도시 고정금리 대출 중심의 금융 시스템 버티는 시장은 단기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나, 장기적인 거주와 자산 방어 수단으로는 매우 효과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떠오를 지역들: 신흥국과 기술 중심 도시들의 재부상
앞으로 부동산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지역은 단지 저렴한 곳이 아니다. 미래의 인프라, 인구 증가, 산업 성장, 정책 변화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여 ‘성장 기반이 단단한 도시’가 되어야만 진정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첫째, 동남아시아 신흥국 도시들이 주목된다. 베트남의 호찌민과 하노이,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등은 빠른 경제성장과 중산층 확대에 따라 주택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자국 정부도 도시개발과 스마트시티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 중이다.
둘째, 인도가 급부상 중이다. 뭄바이, 벵갈루루, 하이데라바드 등 주요 도시들은 인구 밀도가 높고, 글로벌 기업의 진출이 활발하며,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주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인프라 확대와 정부의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까지 맞물려 있다.
셋째, 중동 도시들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네옴시티,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는 부유층 이주, 친환경 도시 계획, 첨단 산업 유치 등을 바탕으로 부동산 중심 도시에서 기술과 금융이 결합된 신경제 도시로 탈바꿈 중이다. 특히 중동 국부펀드의 부동산 개발 참여는 장기적인 시세 상승에 힘을 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럽의 대체 도시들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의 파리, 런던, 베를린이 아니라, 리스본, 바르셀로나, 부다페스트, 프라하 같은 도시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유럽 내 이주 수요, 디지털 노마드 증가에 따라 주택 수요가 늘고 있다.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도시는 아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인구 유입이 지속되거나 증가 가능성이 있는 곳 정부 차원의 개발 계획 및 도시 기반시설 확대 글로벌 기업 진출과 산업 다변화가 진행 중인 도시 외국인 투자와 규제 완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시장 투자자는 가격의 높고 낮음을 넘어, 인구 구조, 일자리, 거버넌스, 국제적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투자 지역을 선별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부동산 순환 사이클의 수혜를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