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전 세계는 저금리와 고물가, 팬데믹과 전쟁, 기술 혁신과 탈세계화를 오갔다.
그 속에서 각국 증시는 제각기 다른 흐름을 보였고, 투자자에게 상반된 결과를 안겨주었다.
이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수익률을 비교해보자.
미국: 기술 혁신이 만든 초장기 황금기
지난 10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눈부신 증시 상승을 이룬 곳은 단연 미국이다. 미국은 2013년 이후로 기술기업 중심의 대형주가 급성장하면서, 세계 주식시장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대표적인 미국 종합지수는 지난 10년 동안 세 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연평균 수익률 기준으로는 **7~13%**를 유지했다. 이는 전통적인 채권 수익률이나 예금금리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이며, 장기투자자 입장에서는 압도적인 자산 증식 효과를 의미한다.
미국 증시의 상승을 견인한 핵심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기술주 중심의 성장이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이른바 ‘기술 7형제’로 불리는 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이 시가총액 상위권을 장악했고, 이들의 성장은 곧 미국 증시 전체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둘째는 미국 자본시장의 개방성과 신뢰도다. 미국은 회계 기준, 기업공시, 배당정책, 주주환원 등 제도적 투명성이 높아, 글로벌 자금이 몰려들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기조는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셋째는 환율효과다. 미국 달러는 10년 동안 점진적인 강세 흐름을 이어왔고, 특히 2022~2024년에는 ‘강한 달러’ 현상이 가속화되며 해외 투자자에게는 환차익까지 발생하는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에도 단점은 있다.
최근 몇 년간 급등한 주가로 인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매우 높아졌으며, 일부 종목은 수익 대비 가격이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특정 업종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어, 분산투자의 효과가 약해졌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주의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미국에 투자한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투자 수익률을 경험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장기적으로 꾸준히 매수하는 전략(정액분할매수)은 미국 시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준 주요 방법 중 하나였다.
유럽: 전통의 힘과 분열의 딜레마 사이
유럽은 세계 3대 경제권 중 하나이며, 역사적으로 금융·산업·문화 등 다방면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점해왔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투자 수익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미국보다는 낮은 성과를 보였다.
유럽 증시는 전체적으로 연평균 2~5%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특히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외부 충격에 취약한 면모를 드러냈다. 유럽의 증시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데에는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있다.
첫째는 경제 성장률 둔화다. 유럽은 고령화, 생산성 정체, 노동시장 경직성 등으로 인해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있으며, 이는 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둘째는 정치적 통합의 한계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단일통화권이지만, 국가별로 재정정책이나 노동시장 구조가 달라 정책 대응이 일관되지 못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유로존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어렵다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셋째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러시아와의 갈등, 난민 문제, 브렉시트 등은 유럽 증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켰고, 해외 자본의 이탈을 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에도 강점은 존재한다. 특히 배당 중심의 기업이 많고, 산업 구조가 탄탄하며, 인프라·에너지·식품 등 기초산업 기반이 안정적이다.
또한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친환경 전환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관련 산업에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유럽은 급등락을 반복하는 시장보다는 안정성과 분산 투자용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배당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장기 보유 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한국: 성장 가능성과 제한된 시장 구조의 이중성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신흥국 중 하나로, 반도체와 전자, 2차전지, 게임, 콘텐츠 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경쟁력을 키워왔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에서도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불확실성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 수익률 데이터를 보면, 한국 증시는 매우 제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주요 지수는 연평균 2~4% 수준의 수익률에 머물렀으며, 일부 업종이나 개별 종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체의 활력은 다소 부족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저평가 구조의 고착화다. 한국은 이익 대비 주가가 낮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부른다. 이 배경에는 낮은 배당성향, 경영 투명성 부족, 지배구조 문제 등이 작용한다.
둘째, 외국인 비중이 높고 변동성이 크다. 한국 증시는 외국인 자금 유입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미국 금리나 환율 변화에 따라 급격한 매수·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장기투자보다는 단기 변동성 대응에 초점이 맞춰지는 구조로 이어진다.
셋째, 내수 소비시장의 한계다.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이며, 내수시장은 인구 정체와 소비력 약화로 인해 성장성이 제한적이다. 이는 전체 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주가 상승 여력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도 강점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업종(반도체, 이차전지, 조선, 엔터테인먼트 등)은 장기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장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2024년 이후 한국 정부와 증권당국은 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자사주 소각, 배당확대 권고, ESG 강화 등의 구조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투자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무리로 이 글을 요약하자면, 지난 10년간 투자 수익률만 놓고 보면, 미국 시장이 압도적인 성과를 보였으며, 기술주 중심의 장기 성장성이 주요 원동력이 되었다.
유럽은 안정성과 배당 매력이 있는 반면, 성장성이 낮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존재했다. 한국은 업종별 선택과 단기 전략이 중요한 시장이며, 장기적 제도 개선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